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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논현역부터 종합운동장역을 잇는 4.5㎞의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이 지난달 28일 개통됐다.

이 연결로 송파·강남과 김포공항이 40분 거리에 놓이게 된다. 노선의 형태도 다른 노선에 비해 ‘직선’에 가까워 ‘우회로 인한’ 시간 손실이 최소화되었을 뿐 아니라 급행 운행으로 승용차 대비 시간 경쟁력도 높다. 즉, 지하철 9호선은 서울 지하철 중에 가장 잘 설계된 노선 중 하나이다.

이런 ‘시간 경쟁력을 갖춘’ 노선에 승객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하철 9호선은 과거에도 혼잡했고, 2단계 구간 개통 후에는 더 혼잡해졌다. 서울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해 놓고선 그 서비스를 엉망으로 제공하는 서울시에 화가 많이 난 모양새다.

어떤 전문가는 시민들이 열차 내에서 호흡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하고, 다른 이는 화재나 재난 시 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급행노선 폐지를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하지만 여러 언론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서울시 공무원도 항변하고 있는 것이 “수요 추정이 엉터리”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자주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예측하는 ‘수요 추정’의 문제로 홍역을 앓는다. 지난 10년 동안에만 한반도 대운하의 물동량 수요 추정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였으며, 인천공항철도는 수요 추정이 잘못되어 공기만 싣고 다닌다며 ‘공기철도’란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용인시는 경전철의 수요를 과대하게 추정해 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수요 추정이 ‘엉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정확해야 할까?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 후 첫 출근일인 30일 오전 염창역을 출발한 9호선 내부가 출근길에 오른 승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고 있다. _ 연합뉴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맥파든 교수는 ‘수단선택(통행자는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교통수단을 선택한다)’ 모형을 고안해 바트(BART)라는 신규 경전철에 적용했고 ‘통행량’을 예측했다. 바트 개통 당시 예측치와 실제 탑승인원의 오차는 크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이 교통경제학의 혁신적 모형에 감탄했다.

이 사례로 ‘교통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미신이 생겼고, 이로부터 ‘엉터리’라는 형용사가 ‘수요예측’이라는 학술용어의 수식어로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맥파든 교수가 수요조사를 한 것은 바트의 개통 전인 1972년쯤이고 검증한 시점은 바트의 완공 직후인 1975년이다. 즉 예측 목표연도가 3년이었던 것이다.

그의 ‘예측’은 총수요의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옮겨갈 것인가’였다. 10년 후 수요의 ‘총량’을 정교하게 예측한 것은 아니었다.

지하철 9호선의 수요예측은 2000년 최초로 시행되었고, 2004년, 2005년에 각각 재예측을 거쳤다. 이런 ‘강산이 변하는’ 시간차를 두고 승객 수를 맞추려는 시도에 큰 신뢰를 두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수요 추정이 불필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10년치 정도의 예측은 참고치로, 즉 사업의 타당성 등을 판단하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단 보수적 예측치(최소치)와 최대 수요치를 동시에 산출하여 그 ‘범위’를 산출하는 방식을 권해보고 싶다. 그 범위에 따라 수요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상치 못한 일로 수요예측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도로나 철도를 비롯해 지하철, 공항, 광장 등 도시를 구성하는 인공적 구성물(built environment)은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시공 때부터 ‘수요의 오차’를 염두에 두고 건설해야 한다.

즉 수요를 공사 기간 중에도 꾸준히 모니터링해 수정·보완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10년 전 예측된 단일 수치의 수요를 굳게 믿는 것보다 중요하다. 수요추정 때문에 ‘물 먹었다’는 지자체는 이러한 관리 시스템이 있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김남석 |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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