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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기무사령부가 20일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TF(태스크포스)를 감청해왔다고 시인했다. 댓글사건 조사TF가 지난 4일 기무사를 전격 압수수색하기 전 이미 기무사가 감청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인정했다. 수사 대상이 수사의 주체를 감청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댓글사건 수사를 군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기무사는 감청을 인정하면서도 수사를 방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사전에 승인받은 회선을 통해 감청하다 뜻하지 않게 조사TF의 압수수색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기무사 해명은 말이 안된다. 조사TF는 압수한 컴퓨터 파일을 분석하다 그 안에 있는 삭제된 내용을 복원한 끝에 압수수색을 보고한 흔적을 찾아냈다. 기무사가 떳떳하다면 흔적을 지울 이유가 없다. 이석구 기무사령관도 수사에 충실히 응했다고 했지만 기무사가 압수수색에 까다롭게 군 탓에 압수수색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기무사가 진정 수사에 협조할 생각이었다면 감청 사실을 스스로 공개했어야 옳다.

그런 기무사가 이제 와서 감청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고 하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다. 기무사는 감청의 제도적 허점을 악용했다. 기무사는 범죄 수사나 안보 위협이 있는 경우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군 통신망을 감청할 수 있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 7조는 대통령의 승인만으로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군사기밀 보호라는 미명하에 기무사가 군 통신선을 무제한 감청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댓글사건 조사TF는 이미 지난 10월 기무사 부대원들의 댓글 활동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후 기무사 댓글에 대한 조사는 감감무소식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하나씩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데 비해 기무사에 대한 수사의뢰는 한 건도 없었다. 국방부는 당장 기무사 댓글사건에 대한 수사를 민관 합동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 기무사가 증거를 인멸했는지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기무사 내 조직적인 저항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국방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다면 군 지휘부는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민통치에 대한 저항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헌정질서 유린으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 국방부의 조치를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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