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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매물로 나왔던 <삼국유사> ‘기이편’이 도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1999년 대전의 원소장자 집에서 도난당한 <삼국유사> 목판 인쇄본과 동일본으로 판명된 것이다. 경매가 열리기 전에 도난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다행이지만, 이 소동은 도난 문화재 대책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원소장자의 가족은 뒤늦게 경매 사실을 알고 이를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만약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17년간이나 종적을 감췄던 도난 문화재가 경매라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버젓이 매매될 수 있었다.

지난 30년간 문화재청에 신고된 도난 문화재 705건 가운데 회수된 것은 고작 30%였다. 현행법상 문화재 절도범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도난-은닉-매매의 은밀하고 복잡한 세탁과정을 거치면서 10년을 넘긴다면 도굴범의 처벌은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문화재 절도죄의 공소시효를 20~25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그런 입장을 반영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기도 하다. 다른 법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과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재 절도는 단순 절도가 아니다. 수백 수천년 동안 이어온 문화유산을 한순간에 잃게 하는 반역사적인 범죄이다.

보물 419-2호인 <삼국유사 권2>_r경향DB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문화유산의 특수성을 감안한다면 문화재 사범의 공소시효도 없애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유산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천박한 의식도 바꿔야 할 것이다. 문화유산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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