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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대비 성능비’의 줄임말인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괜찮다는 뜻이다. 값이 싸면 질도 낮기 마련인 ‘싼 게 비지떡’이라는 통념을 깨뜨리는 제품에 주로 쓰인다. 가성비는 정부 지출이나 기업 투자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낼지 분석해 계량화하는 경제학 용어 ‘비용-효과 분석’과 비슷하다. 인터넷을 통한 가격·품질 정보가 넘쳐나면서 개인도 가성비 좋은 제품을 고르기가 한결 쉬워졌다. 볼펜 모나미153, 진통·해열제 아스피린, 다용도 공구 빅토리녹스 나이프 등이 가성비 좋은 대표적인 상품이다. 중국 기업 샤오미는 내놓는 제품마다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의 성능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프로야구 구단도 선수 가성비를 따진다. 연봉협상 때 쓰이는 고과점수가 그것이다. 투수 승수나 타자 타율뿐 아니라 번트나 견제, 주자 진루 성공 여부 등 100여개 항목을 계량화했다. 적은 연봉에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면 가성비 좋은 선수이다. 야구통계가 발달한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라는 게 있다. 피츠버그 강정호는 지난해 4였다. 대체선수에 비해 팀에 4승을 더 보탰다는 뜻인데, 1승의 가치는 600만~7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4년 연봉 총액이 1100만달러인 강정호로서는 데뷔 첫해에 몸값보다 훨씬 더 큰 활약을 펼친 셈이다.
세븐일레븐 PB상품(강릉 교동반점 짬뽕,강릉 교동반점 직화짬뽕,혜리11찬도시락)_경향DB
최근 가성비가 높다는 편의점 도시락 판매량이 급증했다. 브랜드나 디자인 대신 가성비 높은 제품만 찾는 것은 경기침체가 심해져 서민 살림살이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비용절감이 절실한 기업은 인력을 감축할 구실을 찾는다. 정부가 엊그제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한 행정지침을 내놨다. 성과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노동자가 직장에서 쫓겨날 판이 됐다.
프로선수 가성비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지만 가성비 낮은 저성과자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잘리지 않으려면 상급자에게 잘 보여야 하고, 부당한 지시도 꾹 참아야 한다.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는 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는커녕 쉬운 해고를 제도화한 정부는 누구의 정부인가.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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