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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개회식과 함께 17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대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92개국 300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이번 대회는 특히 올림픽의 지고지순한 가치인 ‘평화와 화해’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정세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전쟁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고,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올림픽 참가마저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는 등 단박에 ‘올림픽 평화무드’가 조성됐다. 전쟁으로 인한 공멸을 피하려고 고심 끝에 4년 간격의 올림픽 제전을 마련한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정신을 구현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두 개의 대표단이 한반도기 아래 함께 행진하고 단일팀으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스포츠가 가르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올림픽 한번 연다고 금방 평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기간만이라도 갈등과 반목을 잠시 멈추고 화합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가치있는 일이다. 당초 우려와 달리 “남북 선수들의 케미스트리가 좋고 소통도 잘되어 마치 한가족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낸 아이스하키 단일팀 세라 머리 감독의 평가가 가슴에 와닿는다. 먼저 소통하고 신뢰가 쌓이면 전쟁도 막을 수 있다. 이제 어렵사리 마련된 평화와 화합의 토대에서 그동안 흘려온 땀의 결과를 즐길 때가 됐다.

국내팬들은 단일팀이 1승 이상의 성적과, 한국 선수단의 금 8개 획득과 종합 4위 달성 등을 응원할 것이다.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강하게’가 올림픽 표어인 만큼 최고를 갈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높은 가치는 열정과 노력 그 자체이다. 이번 대회에는 난민 출신인 섀넌 아베다(에리트레아)와 벤스니크 소콜리(코소보·이상 알파인스키), 아프리카판 ‘쿨러링’인 나이지리아 봅슬레이팀, 역시 겨울이 없는 싱가포르(쇼트트랙)와 말레이시아(알파인스키·피겨) 선수들이 나온다. 이 밖에 45세의 빙상선수(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독일)도, 청각장애 봅슬레이 선수(김동현) 등도 출전한다. 팬들은 이들의 당찬 도전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약물 복용 전력이 드러난 러시아 선수들이 대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평창은 덕분에 약물에 의존하지 않는 선수들의 첫 번째 대회로 올림픽 역사에 남을 수 있다. ‘가장 깨끗한 선수들의 가장 깨끗한 경쟁’이 펼쳐지기를 성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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