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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반일 감정에 편승해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쏟아내는 대일 강경론이 도를 넘고 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응특별위원장은 “도쿄를 포함해 (여행금지구역 지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민주당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도쿄의 방사능 검사를 위한) 민관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며 “조사결과에 따라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강력한 대일 압박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일견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이런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 정봉주 통합민주당 전 의원, 김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일본가면 코피나’ 티셔츠를 입고 있다.(왼쪽부터) 정봉주 전 의원 페이스북 캡처

한술 더 떠 정봉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진과 ‘일본 가면 KOPINA(코피나)’라고 쓰인 티셔츠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2020년 올림픽도 참가하면 방사능 때문에 코피 나고 암 걸린다는 것을 널리 알리겠다”고 적었다. 한·일 경제갈등을 희화화한 것도 모자라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연상시키는 유치한 조어(造語)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서울 중구청은 6일 관내 주요 도로 가로등에 일본제품 불매와 일본여행 거부를 뜻하는 ‘NO JAPAN’ 배너 깃발을 내걸었다가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 한나절 만에 모두 거둬들였다고 한다. 비록 해프닝에 그쳤지만, 일본인 관광객에게 공포심만 안겨줄 게 뻔한 이런 대응이 사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가. 극일 의지는 무도한 조치를 행한 아베 정권을 향해야지, 일본 시민들까지 적으로 돌리는 ‘무작정 반일’이 되어선 안된다. 중구청 사례는 ‘반일 이벤트’를 기획하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민간차원에서 일본 여행 거부와 불매운동을 통해 극일 의지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 지원 없이 시민 스스로 펼치는 게 중요하지, 사태 해결을 주도해야 할 정치권과 관(官)이 앞장서거나 부추길 일이 아니다. 이제는 일본 내에서도 양심적인 지식인과 시민들이 아베 정권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시민단체들은 ‘반아베 공동행동’을 위해 손을 맞잡고 연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시기에 감정 섞인 거친 대응은 반아베 시위에 공감하는 일본 시민을 위축시키고, 양국 시민 교류마저 어렵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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