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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일단 보류했다. 8일 ‘일본수출규제 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당초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일본을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던 방침을 바꾼 것이다.

현행 고시는 전략물자 지역을 ‘가지역’과 ‘나지역’으로 구분해 일본 등이 속한 가지역 국가에는 수출우대조치를 하고 있다. 정부는 ‘다지역’을 신설하고 일본에 대해 별도의 규제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보류하고 ‘눈에는 눈’으로 맞서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일본이 한국의 결정을 주목하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이제민 자문회의 부의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의 방침은 갈등을 완화하려는 대승적 조치다. 먼저 도발한 것은 일본이지만 힘겨루기를 중단하고 냉각기를 가지면서 해결방안을 찾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국이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마당에 동일한 맞대응 조치를 취하는 데 따른 부담이 큰 점도 있다. 승소 확률이 낮은 것은 물론 일본의 방어논리를 강화시켜줄 수 있다. 대일본 수출규제가 한국 기업에 타격을 주는 부작용도 감안한 듯하다. 

일본이 보인 일련의 유화적인 태도도 묵살할 수 없었을 터이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도 추가로 개별규제 품목은 지정하지 않았다. 근본적인 전략의 변화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확전 가능성을 낮춘 것은 분명하다. 일본이 기왕에 규제했던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감광액)의 한국 수출을 예상보다 빨리 허가한 점도 고려 요소였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갈등의 위험요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얼마든지 자체 판단으로 수출통제가 가능한 상황이다. 언제든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한국으로의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이다. 유화조치가 한국의 반응 떠보기일 수도 있다. 그래서 여전히 정부의 신중하고 시의적절한 판단과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일 갈등이 전면전에서 벗어나 숨고르기 국면으로 들어선 것은 일단 다행스럽다. 분명한 건 한·일 간 갈등이 양국 모두에 마이너스라는 사실이다. 일본이 한국에 필수적인 부품을 수출규제함으로써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고, 한국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여행 중단이 확산되면 일본 역시 큰 피해를 피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한·일 간 신뢰가 갈수록 바닥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간 신뢰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양국 모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양국 국민이 등을 돌리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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