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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서북청년단’의 재건을 표방하는 세력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훼손하려 했다고 한다. ‘서북청년단 재건 준비위원회’ 회원들은 그제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눈치를 보고 있는 서울시장과 정부를 대신해 결행한다”며 추모 리본을 떼어내려다 경찰에 저지당했다. 이들은 “실종자 수색작업을 중단하고 세월호 인양을 마무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극소수가 벌인 일이라고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서북청년단이 어떤 단체인가. 해방공간에서 정치테러를 일삼고, 제주 4·3 항쟁 당시 양민 학살에 가담한 극우단체 아닌가. 이런 조직의 재건을 말하는 것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이다. 분노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학자 전우용씨가 지적했듯이 서북청년단은 “광기가 지배하던 시대의 표상”이며, 이를 재건하려는 시도는 “한국 사회가 이념적 광기와 사적 폭력이 지배하는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는 징표”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서북청년단의 재건을 외치는 것은 독일 베를린 도심에서 나치 친위대의 부활을 주장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상상하기도, 용납하기도 힘든 일이 중인환시리에 벌어진 것은 박근혜 정권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여권은 “순수 유가족” “배후조종세력” 등의 언설로 세월호 가족을 시민에게서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실제 새누리당은 세월호 가족의 단식농성을 조롱하는 ‘폭식투쟁’을 지원했던 정성산씨를 당 기획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28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서북청년단 재건 준비위원회 회원들이 구조활동 중단 및 인양을 촉구하고 노란리본 철거를 주장하며 리본을 떼려하자 이를 막는 경찰과 실랑이 벌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게 이유 없는 증오심을 갖고 공격하는 행위를 ‘혐오범죄’라 한다. 세월호 가족은 공동체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이다. 이들을 부축하지는 못할망정 추모의 상징물을 철거하려 한 것은 혐오범죄의 범주에 들 수 있다. 극우세력의 행태를 방치했다가는 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우선 공론장에서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토론을 통해 패륜적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특히 ‘진짜 보수’를 자임하는 세력의 향배가 중요하다. 참된 보수라면 극우세력의 무분별한 행태에 편승하거나 방관해선 안된다. 분명히 선을 긋고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마땅하다. 공론장의 논의를 통한 사회적 제재로도 충분치 않다면, 차별금지법의 연장선상에서 혐오범죄를 규제하는 입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입법화할 경우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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