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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2일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씨의 얼굴과 실명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김씨는 지난 14일 PC방 아르바이트생 신모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김씨의 신상을 공개한 법적 근거는 특정강력범죄처벌법 8조2항이다. 이 조항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일 때, 범죄의 증거가 충분할 때,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찰은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신상 공개를 논의하기 위한 요건에 합치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신상 공개의 가장 큰 이유는 여론이다. 피해자를 진료했던 의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범행 수법을 공개하고, 김씨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벌 여론이 높아졌다.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22일 오후까지 90여만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8월 국민청원 게시판 개설 이후 최다 기록이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에 살인 피의자 김성수씨(29)에게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신모씨(21)를 추모하는 쪽지와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는 2010년 4월 시작된 이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상이 공개되면서 피의자는 재판도 받기 전에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의 취급을 받는다. 헌법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은 무시된다.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엉뚱하게 그의 가족 등 주변인들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피의자 신상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
또 다른 문제는 신상 공개에 일관된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 2016년에는 사회적 공분이 컸던 이른바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았다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 같은 해 수락산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한 김모씨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살인사건은 그 수법이 어떻든 간에 모두 강력범죄다. 그러나 사회적 주목도가 약한 사건의 피의자들은 신상 공개를 피해간다. 법에 규정된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 ‘충분한 증거’ 등의 신상 공개 요건은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지방경찰청마다 신상공개심의위가 열리다 보니 위원들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신상 공개가 법적 절차 외의 복수나 징벌이 아니라 범죄예방에 기여한다는 취지에 맞도록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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