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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에서 숨진 채로 한 달 만에 발견된 네 모녀 사건은 사회복지체계의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사망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계가 갑자기 기울면서 네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 모녀는 카드대금 및 대출금 체납액이 수천만원에 이르고 3개월간 건강보험료를 체납했지만 당국의 복지지원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았다. 위기가정에 대한 치밀한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네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지난 3일 신용정보회사 등에서 온 우편물이 꽂혀 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긴급복지지원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개정하고 사회보장급여법을 제정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적극 나섰다. 또 전국에 위기가정센터를 지정해 위기가정에 대한 신속한 재정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서울시), ‘다복동’(다가서는 복지동·부산시), ‘따복’(따뜻하고 복된 공동체·경기도)과 같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복지행정을 강화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역의 복지그물망은 성북구의 네 모녀를 구해내지 못했다. 복지제도에 구멍이 많고 운영에 문제점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시스템’에 따르면 100만~1000만원의 소액 은행대출금 상환을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관할 지자체는 조사를 통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성북구 네 모녀는 체납액이 수천만원에 달해 발굴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이들은 건강보험을 3개월 체납한 상태였지만, 위기가정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현재 시행 중인 사회보장급여법에는 건보료 6개월 이상 체납자만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서 정보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생계 곤란 가구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도 네 모녀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긴급복지지원은 당사자 신청으로 받을 수 있는데, 이들은 신청하지 않았다. 제도 자체를 몰랐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은 건보료 체납, 단전, 단수 등 위기 정보 빅데이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또 긴급복지지원제도처럼 당사자가 신청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빅데이터 정보나 당사자 신청 방식만으로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 사각지대란 곧 정책공백지대다. 촘촘한 복지그물망을 갖추어야 복지 사각을 줄일 수 있다. 복지제도의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복지예산 증액, 사회복지사 확충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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