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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해도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겼다. 여야는 당초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예산 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처리하지 못했다. 헌법 54조 2항은 예산안 처리 시한에 대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헌법을 존중한다면 응당 12월2일을 넘겨서는 안되는 것이다. 당연히 예산 심사는 그 전에 완료돼야 한다. 국회법은 예산안과 부수 법률안 심사를 11월30일까지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국회의 악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를 규정한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에도 4년 연속 법정시한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올해는 예결특위가 감액 심사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채 예산안 심사 시한이 종료되었다. 국회의 직무유기가 더는 용납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법정시한을 넘긴 예산안 처리는 필시 밀실에서의 ‘깜깜이 심사’ ‘졸속 심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여야는 예결위 예산소위 활동이 지난달 30일 종료되자 시간이 촉박하다는 핑계로 여야 3당의 예결위 간사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회의체인 ‘소소위’를 가동해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소위’는 예산소위와 달리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며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감시의 사각지대인 밀실에서 여야의 정치적 흥정으로 예산이 조정되고, 날림 심사가 이뤄지는 걸 막을 방도가 없다. 밀실 논의 과정에서 민원성 ‘쪽지 예산’이 난무하는 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야는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 불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지만, 손쉬운 예산 담합과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위해 고의로 예산심의를 지연시켜 ‘소소위’를 가동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원내대표 등의 고위 채널도 마찬가지다. 매번 예산안이 체계적으로 심의되지 않고, 지도부 차원의 담판 성격으로 결정되면서 예산안이 정치적 거래물로 취급되는 고약한 관행이 고착되었다. “깜깜이, 밀실 예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소소위 내용도 공개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여야 원내대표의 다짐대로 해야 한다. 소소위 등에서의 예산 심의 내용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수다. 이번 기회에 예산 심의의 투명성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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