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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장관 퇴임 이후 한 달, 강제수사 79일 만이다. 조 전 장관은 부인 정경심 교수, 동생·조카, 자녀 등의 비리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런 의심을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는 혐의를 전면부인하며 진술거부로 일관했다. 조사 후에는 “참담하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는 피의자로서 당연한 권리이나 의혹의 당사자이자 법무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수받을 일은 아니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교수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 그 직위를 이용해 불법적인 혜택을 누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어느 하나 무겁지 않은 사안이 없다. 검찰은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14일 부인의 차명 주식투자와 자녀 입시비리 등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사의를 밝히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에게 적용된 15개 범죄혐의 중 상당 부분에 공범 등 관계로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의 2차 전지 업체 WFM 주식 차명매입, 두 자녀의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발급, 사모펀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허위보고서 작성, 웅동학원 채용·위장 소송 등의 과정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PC 하드디스크 교체 과정에서 증거인멸 교사의 공범인지, 딸의 부산대 의전 장학금 수여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현재까지 그가 직접 연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 교수 혐의도 재판을 통해 진실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조 전 장관이 부인 정 교수의 범죄 혐의 과정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의심만으로 범죄가 성립될 수는 없다. 검찰은 법과 원칙, 증거에 따라 제기된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 이른 시간 내에 수사 결론을 내놓길 바란다.

조 전 장관은 최근 100일 가까이 한국 사회를 둘로 갈라놓은 원인 제공자다. 검찰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무장관 지명과 동시에 조 전 장관 가족비리 의혹이 봇물처럼 터졌고, 검찰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동시다발적 압수수색, 인사청문회 당일 정 교수 기소 등 예상을 뛰어넘은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체가 둘로 나뉘었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라진 여론으로 국정 동력은 약해졌다.

조 전 장관 수사는 분열과 혼란의 종착점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엄정한 수사와 함께 합법적 특권 해소는 물론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는 범사회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 역시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가 겪은 진통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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