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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어젯밤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을 가졌다. 문·안 두 후보는 저마다 진정성과 참신성을 앞세우는 등 자신의 강점을 설파하면서 양보 없는 일전을 벌였다. TV토론 성적표가 단일화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라는 점을 의식한 듯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단일화 방식을 놓고 두 후보 진영이 빚어온 신경전의 일단도 드러났다. 이제 단일화 시계는 ‘등록 전 후보 확정’이라는 마감시간을 향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축적된 양측의 감정적 응어리는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안 후보 측은 줄곧 문 후보 측의 말과 행동이 달랐다고 몰아세웠고,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건건이 떼를 쓴다고 공박해왔다. 양측이 번갈아 가며 협상 내용을 흘리는 여론전을 펴는 바람에 심대한 신뢰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주고받기인 정치 협상의 기술은 실종된 채 유무죄를 다투는 법정의 검사와 변호사 대결을 방불케 했다. 일례로 안 후보 측이 ‘지지층 대상 공론조사’를 문 후보 측이 반대한 것을 두고 “당원을 스스로 믿지 못한다는 말이 될 수 있다”고 한 것은 협상 파트너에 대한 예의를 벗어난 일이다. 이 말은 문 후보와 민주당 당원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분열의 언어라고 본다. 후보가 되느냐, 마느냐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얼마가량의 신경전은 불가피하겠지만 ‘상생’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선 안된다.
토론회 참석한 안철수 후보 (경향신문DB)
두 후보 진영의 협상 올인은 단일화 피로도를 높이고 갖가지 대선 의제마저 잠식하는 블랙홀 현상도 낳았다. 단일화 협상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는 새정치 공동선언은 이대로 가다간 말 그대로 선언으로만 남을 판이고, 가치·정책 연대 협상은 아예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감동적 단일화를 외치더니 유불리만 따지느라 이전투구하고 있다’는 여권의 비아냥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그 피해는 정책이나 비전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한 유권자들의 몫이다. 단일화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조차 ‘이래서야 단일화를 해도 걱정’이라는 볼멘소리를 감추지 않을 정도다. 두 후보의 정치력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단일화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세력 통합과 정책 연대 등을 통해 ‘1+1>2’라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을 수습하지 못하면 정권교체를 이룬다 해도 새로운 정치나 순조로운 국정운영은 기대하기 힘들다. 양 진영은 단일화가 대선 이후까지 함께할 동반자임을 약속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를 망각한다면 단일화는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의 방편이 아니라 권력욕을 감추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두 후보는 야권의 단일 후보만 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 단일화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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