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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행보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대중 등 원내에 있는 역대 대통령들과 박태준 전 총리 묘역을 참배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김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한 것과 대조적이다. 안 후보가 보수와 진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서는 ‘통합의 정치’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담은 행보로 비쳐지지만 야권 라이벌이자 개혁·진보 진영 대표를 표방한 문 후보와의 차별화 의도도 엿보인다. 이렇듯 안 후보의 대선 출마는 정체된 분위기의 야권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문·안 두 후보가 각축을 벌일 최대의 쟁점은 ‘변화’와 ‘혁신’이 될 것 같다. 안 후보가 출마 회견에서 야권 후보의 단일화 조건으로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밝히자 문 후보도 어제 의원총회에서 당의 쇄신과 변화 주도를 다짐했다. 문 후보로서는 후보 선출 직후 내건 ‘혁신’과 ‘통합’을 안철수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과거 관행을 벗는 것이 부담이고 두렵기도 하다”는 그의 발언에서 쇄신에 대한 절박한 인식이 느껴진다. 안 후보 역시 회견 당일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선보인 데 이어 현충원 방명록에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썼다. 변화와 혁신이야말로 새로운 정치를 위한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의 구현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두 후보의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 


DJ묘역에 나란히 놓인 문재인, 안철수 조화 (출처: 경향DB)


두 사람의 이러한 경쟁은 2012 대선 판을 달굴 주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존재가 변함 없는 상수인 데 반해 문·안 후보의 본선 진출은 여전히 가변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안 후보의 경쟁 양상과 결과가 야권의 미래는 물론 이번 대선의 의미도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안 후보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가 ‘야권 후보 단일화와 민주당 입당 조건은 동일하다’는 뜻을 밝힌 것은 곱씹어볼 만하다. 안 후보 진영에서 흘러나온 민주당 입당론에 대한 반응으로 결국 변화와 혁신을 놓고 겨루되 최종 결정은 국민의 판단에 맡기자는 제안으로 들린다. 새누리당이 짐짓 안 후보더러 민주당의 들러리가 되지 말라고 나설 만하다.


변화와 혁신은 야권 후보의 단일화 내용을 채우는 작업이자 ‘안철수 현상’을 불러온 기존 정치가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문·안 두 사람의 변화와 혁신 경쟁이 지지율을 높여 후보 단일화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방편으로 흘러선 안된다. 그것은 정치에 절망한 시민들에게 ‘정치도 새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가 되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두 사람은 단일화 결과나 대선 승패에 관계 없이 승리자가 될 수 있다. 대선은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넘어 우리 정치가, 우리 생활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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