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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3일 송영길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일행과 북한 나선시를 1박2일 방문했다. 개성공단에서 관리위원회 법무팀장으로 10년 근무를 하고 그만둔 2013년 이후 5년 만에 북한 땅을 밟은 셈이다. 개성공단은 파주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면 곧바로 닿을 수 있다. 우리는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3시간30분간 비행기를 타고, 다시 러시아에서 마련해준 특별열차로 6시간 달린 끝에 두만강을 넘어 나선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울에서 북한을 거쳐 금방 들어갈 수 있는 나선시에 러시아를 거쳐 빙 둘러서 간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협력사업이었다. 서로 말이 통해 좋은 점도 있었고,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했던 한계도 있었다. 나선지대 개발에 중국과 러시아, 나아가 미국과 일본이 참여한다면 정치적 상황에 따른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나선지대의 개발에 대해 중국이나 러시아에 의존해 간접적으로만 북한과 대화하려 한다면 우리의 국익은 훼손될 것이고 북한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남북이 직접 소통할 필요가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개성공단기업협의회에서 회장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양국 정상의 역사적인 악수장면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나선지대 개발의 대표적 사업이 나진-하산 프로젝트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된 하산-두만강 철도를 개선하고 나진항 3호 부두를 개발해 러시아산 석탄을 한국으로 운송하는 사업이다. 하산-두만강 철도와 나진항 3호 부두는 개발 완료되었다. 코레일 등 우리 기업의 참여가 모색됐으나, 대북제재 강화조치로 2016년 중단됐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되는 북방경제의 거점을 만드는 사업이다. 기존의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석탄 화물의 경제성 부족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 컨테이너 운송으로 변경해 중국 동북 2성의 물동량을 유치하는 방안이나 나진항의 배후지역을 물류, 관광, 산업단지 등 복합지구로 개발하는 방안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경제성이 있다.

유엔안보리 결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의 예외로 규정한다. 제2371호 제8조는 북한산 석탄의 수출금지를 규정하면서도 나선항을 통한 외국산 석탄의 수출은 허용한다. 제2375호 제18조는 북한 내 합작사업을 금지하면서도 나선콘트라스의 운영은 허용한다. 또한 제2397호 제16조는 금지품목을 적재한 화물선박의 해상차단을 규정하면서도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러시아산 석탄 운송은 해상차단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미국 독자제재 대상이어서 사업을 위한 금융지원이 금지되며 북한에 대한 항만이용료 지급이 금지될 수 있다.

핵문제의 진전에 따라 미국과 국제사회의 합의를 형성할 수 있으면 대북제재는 극복 불가능한 장애라고 할 수 없다. 북한 핵문제의 진전에 맞춰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 개혁·개방 유도,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역할을 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긴장완화에 기여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공유된다면 미국 재무성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결정에 따라 일반허가를 받아 미국의 독자제재에서도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핵문제 진전에 따르면서도 핵문제 해결을 진전시킬 수 있는 사업일 수 있다. 개성공단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선지대 개발에 나선다면 시행착오를 줄여 개성공단보다 더 잘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김광길 |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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