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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관계법 개정안의 재검토를 지시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수정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야당은 “문 대통령과 여권이 방송장악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방송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이대로 시행되면) 최선은 물론 차선의 사람도 (공영방송) 사장이 안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공영방송 사장이 여야의 눈치만 살피는 소신 없는 인사가 선임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지난해 7월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 162명이 발의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등 4개의 방송관계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여야 7 대 6의 구성으로 바꾸고, 사장을 뽑을 때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 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어떤 정권도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없도록 제어장치를 둔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지시가 아닌 제안”이라고 강조했지만 민주당은 지난 22일 열린 ‘정기국회 대비 연찬회’에서 방송관계법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과 언론단체 등에선 국민배심원단을 모집해 공영방송 사장을 임명하는 ‘국민 추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방송관계법 개정안조차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국회 통과가 무산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재검토 발언은 시의적절하지 않다. 숱한 논란 끝에 그나마 차선책으로 마련한 방송관계법 개정안이 아닌 제3의 수정안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이상론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현행 방송관계법은 사실상 대통령과 여당의 뜻대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야당에 불리한 것이다. 오히려 개정안이 야당에 유리하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해왔다. 그렇다고 야당에 불리한 현행 방송관계법을 고수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결국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느라 자가당착에 빠진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공영방송을 장악하며 국정을 파탄 낸 보수야당은 지금이라도 공영방송 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민주당도 수정안 마련보다 방송관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주력하는 게 옳다. 그게 과거정부에서 참담하게 무너진 공영방송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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