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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선출됐다. 득표율 51.1%로 가까스로 결선투표는 치르지 않게 됐다. 안 대표는 대표 출마 당시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태에 대해 더 많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우려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다시 당대표로 선출된 것은 위기에 빠진 당을 살리려면 당 창업주인 안철수 중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더 많은 당원들이 공감했다고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 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새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뒤 연설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구원투수로 돌아온 안 대표 앞에는 만만찮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 국민의당은 원내 5개 정당 가운데 지지율 꼴찌일 정도로 시민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문재인 정부 인사 대응에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주요 현안마다 일관된 노선이나 명분없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당내 누구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도 실망을 안겨줬다.

당의 정체성 확립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안 대표는 당선 직후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겠다. 배타적 좌측 진영이나 수구적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겠다고도 했다. 옳은 얘기다. 하지만 제3당으로서의 캐스팅보트는 분별력있게 행사해야 한다. 국민의당이 그간 보인 모습은 그런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되레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가 하면 호남여론에 밀려서야 정부와 협력하는 등 중심을 잃은 행태를 드러냈던 게 사실이다.

안 대표가 목표로 삼은 다당체제를 위해서는 인물과 정책, 정치 행태 등 모든 면에서 차별성과 참신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안 대표는 ‘극중(極中)주의’에 대한 개념과 지향점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말이 쉽지 중도를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 대표가 말한 것처럼 좌측과 우측의 중간을 찾아다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당대회 전후 불거진 당내 갈등을 추스르고 비안(非安·비안철수)계 인사들과 화합하는 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정당·정치개혁을 위해 당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일도 미룰 수 없다. 새 정치를 내세우면서 낡은 정치를 답습해선 시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새 활로를 찾지 못하면 국민의당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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