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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미국의)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둔 시점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에 제시할 보상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북·미 회담의 성공 가능성을 한껏 높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의 관건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어떤 보상책을 약속하느냐는 것이다.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북한은 연일 안팎으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 미국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제재 완화를 공식 언급할 정도로 자세가 유연해졌다. 미국이 할 일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를 통한 경제협력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이 점에서 대북 보상책 중 일부를 맡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은 시의적절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철도와 도로 연결은 바로 시행할 수 있다. 남북이 합의된 절차에 따라 준비를 착착 진행해온 덕분이다. 여기에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제재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미국의 짐을 덜면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미국은 제재 완화를 통해 이를 대북 유인 카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경협은 미국의 상응조치와 무관하게 남측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남북경협은 공짜로 북한에 주는 것이 아니라 통일비용을 미리 나누어 내는 것이다. 남북경협은 침체 국면에 빠지고 있는 경제에 활로도 제공할 수 있다. 남북경협은 궁극적으로 남북의 경제적 통일에 기여하면서 완전한 통일국가로 가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보수 일각에서 벌써부터 문 대통령의 제안을 북한에 대한 퍼주기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목표를 앞세워 남북경협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일이다. 아무 일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미 정상은 지난해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 포괄적인 수준의 비핵화 합의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에는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만드는 단계까지 반드시 가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대북 보상책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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