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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됐던 최순실씨 태블릿PC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과연 탄핵이 타당한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고도 했다. 탄핵 절차 부정에, 태블릿PC 조작에 이제 남은 건 탄핵 불복 선언뿐이다. 사실 탄핵 불복도 입 밖으로 꺼내지만 않았을 뿐, 경선 과정 내내 발언을 종합하면 이미 피력한 거나 다름없다.

태블릿PC 조작설은 법원 판결을 통해 여러 차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난 가짜뉴스다. 박 전 대통령 1, 2심 재판부는 일관되게 “위·변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작설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보수논객 변희재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이제 태블릿PC 조작설은 의견의 영역이 아닌 거짓말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고검장에 법무장관까지 지낸 황 후보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시정잡배들이나 주장할 만한 조작설을 꺼내든 건 그게 당대표 선거에 득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1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합동TV토론회에서 황교안 당 대표 후보자가 토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016년 12월 재적의원 299명 중 234명 찬성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의결했다. 석달 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황 후보 주장 같은 절차상 하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거니와 태블릿PC 조작 따위는 애초 쟁점도 아니었다. 황 후보는 헌재 탄핵 결정 직후 대통령권한대행 자격으로 낸 대국민담화를 통해 “헌재 결정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 우리 모두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탄핵을 부정하고 있다. 명백한 자기 부정이다. 그때의 황교안과 지금의 황교안은 다른 사람인가 시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황 후보는 23일 경선 마지막 TV토론회에선 태블릿PC 조작설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안이 아니라 밖에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을 시인할 수도 없고, 친박 지지층의 표도 놓치지 않으려는 비겁한 회피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황 후보는 한국당 지지층에선 호감도 1위지만, 일반 시민들에게선 2위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의 가치인 법치주의를 부정함으로써 당심(黨心)은 얻었을지 몰라도 더 많은 민심을 잃었다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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