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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를 설치하고 10일 현판식을 한다. 연구소가 출범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기록물 발굴·조사와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계와 민간 기관에 대한 연구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위안부 피해자 연구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산하에 위안부 연구 기관이 만들어지기는 처음이다. 1991년 8월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지 27년이 지났지만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거사의 하나다. 일본의 사과·배상을 촉구하는 피해 할머니들의 집회가 26년째 이어지고 ‘평화의 소녀상’ 설치, 영화·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통해 위안부 문제는 국내외적 관심사가 되었다. 그동안 할머니들의 수요시위를 주도하고 피해자의 증언집 발간 작업을 수행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노력은 기억되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8일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개막한‘진실과 정의 그리고 기억’전을 둘러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그러나 정대협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 채록 외에 위안부 문제 전반에 대한 학술 연구·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오랫동안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전쟁 범죄를 도외시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에서 피해 할머니들의 거처인 광주 ‘나눔의집’을 마련할 때도 수수방관했다. 학자들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내 학자가 일본군 위안부나 근로정신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저서나 논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내 양심적인 학자들이 군 위안소 설치과정, 위안부 강제 연행 경위와 생활상 등을 속속 밝혀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몇 해 전 <제국의 위안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명예훼손 논란을 일으킨 것은 학계의 위안부 연구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보여줬다. 일본 우익이 끊임없이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며 사죄를 거부하는 것도 우리의 연구 성과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에 의지해 일본군 전쟁 범죄의 실상을 들어왔다. 현재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8명에 불과하다. 이분들이 떠나기 전에 그들의 삶뿐 아니라 일본의 전쟁범죄, 인권침해의 진실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 김학순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과 한국의 젊은 세대가 과거에 일본이 저질렀던 일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가 위안부 관련자료를 집대성하고,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는 연구센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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