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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아문센과 마우드호

opinionX 2018. 8. 10. 11:07

1628년 8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의 한 항구. 국왕 구스타프 2세를 비롯한 시민들이 전함 ‘바사호’의 진수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청동 대포가 장착된 ‘바사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함의 하나로, 스웨덴의 야망과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항구를 미끄러져 나가던 배는 1㎞ 남짓 항해 후 바람에 흔들거리더니 침몰했다. 상부 갑판에 설치된 청동 대포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그 무게로 넘어진 것이다. 선박건조를 서두른 데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바다로 밀어넣었다가 화를 자초한 것이다. 300년이 훨씬 더 지난 1950년대 초 아마추어 고고학자가 선체발굴에 뛰어들었다. 그는 굴착기와 구멍뚫기 기계로 해저를 긁거나 파는 방식으로 잔해물을 찾았다. 마침내 1956년 여름 오랫동안 바닷속에 있어 검게 변색된 나뭇조각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어진 인양작업을 통해 ‘바사호’는 세상으로 나왔다. 소중한 유산은 ‘바사 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고 역사교육의 현장이 되었다.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 사기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7일 서울 여의도 신일해양기술(전 신일그룹)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이 회사 경영진은 ‘돈스코이호’에 150조원가량의 금괴가 실렸다고 주장하며 미확인 금괴를 담보로 가상통화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은 자신이 꿈꾸었던 최초 북극점 정복을 미국인 RE 피어리에게 빼앗기자 남극점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는 1911년 인류 사상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그는 여세를 몰아 시베리아 지역 바다를 지나 알래스카를 거쳐 북극에 닿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배를 직접 설계·제작했고 노르웨이 왕비의 이름을 따 ‘마우드호’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말했다. “너(마우드호)는 얼음을 위해 태어났고, 얼음 속에서 일을 해야 하며, 얼음 속에서 평생을 살 것이다.” 1918년 출항한 ‘마우드호’는 얼어붙은 바다와 폭풍에 막혀 끝내 북극에 닿지 못했다. 그리고 1931년 캐나다 케임브리지만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이후 85년간 잠겨 있었다.

마우드호가 출항 100년 만에 돌아왔다. 귀환 추진단체는 지난 6일(현지시간) “마우드호가 노르웨이 베르겐항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 단체 대표는 “우리는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아문센의 탐험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됐다는 러시아 전함 ‘돈스코이호’와는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150조원 금괴를 둘러싼 사기, 협잡, 음모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전부일까.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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