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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혐오 논란을 일으킨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선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홍익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 당시 여성 가해자가 구속되며 빚어진 논란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여성혐오 콘텐츠가 다수 게시되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에 대한 수사와 대조적이라는 게 반발의 배경이다. 경찰은 편파수사 의혹을 부인했지만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적지 않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워마드에 ‘남자 목욕탕 아동 나체사진’이 올라왔는데도 운영자가 이를 삭제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체포영장에 적용한 법조(法條)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배포의 ‘방조죄’다. 범죄 혐의가 있는 게시물의 게시자를 넘어 운영자를 직접 처벌하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게시자를 수사하려는데 (운영자에게) e메일로 연락하자 회신이 없었고 삭제조치도 안돼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베의 경우 “서버가 한국에 있고, 운영진에 압수수색영장을 보내면 (수사 대상자의) 인적사항 회신이 온다”는 이유로 방조죄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의 불법촬영 편파수사 등을 규탄하기 위해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법과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콘텐츠가 올라오는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제재하기 위해 운영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은 타당할 수 있다. 초점은 이번에 물의를 빚은 워마드의 게시물과 동일한 수준의 게시물이 다른 커뮤니티에 올라갔을 때도 동일하게 대처했는지 여부다. 성폭력 혐의가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게시하는 곳은 일베 외에도 수없이 많다. 이 중 상당수는 워마드보다 오래전부터 비판받아왔다. 경찰은 문제된 사이트·커뮤니티의 운영자들이 매번 삭제조치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수사에 협조적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나.

여성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불법촬영·유포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계속해왔다. 3차 집회에 등장한 일부 구호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4차 광화문 집회에선 주최 측이 과격한 구호를 사전에 자제토록 했다. 자신들의 열망이 오해받고 시위의 취지가 훼손될까 우려해서다.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강제수사에 분노하는 배경이다.

경찰은 이번에 통상적 수사절차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다. 여성들은 그 통상적 수사절차가 남성들에게도 함께 적용되는지 묻고 있다. 법 집행은 외관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공평해야 한다. 경찰은 지금부터라도 여성들의 외침을 경청하고 공권력 행사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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