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우리의 목표는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찾고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국제적으로 호평받는 방역 성과를 넘어 경제도, 고용안전망과 공공의료도, 생명·안전을 위한 국제협력과 남북관계 발전도 선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놓은 것이다. 22분간의 연설에서 언급된 단어는 ‘경제’가 19차례로 가장 많고, 위기(15차례)·선도(8차례)·방역(5차례)이 뒤따랐다. 집권 4년차 국정 구상과 각오, 대국민 호소를 코로나19에 집중한 특별연설이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말했다. 취업자의 49.4%(1352만명)에 그쳐 있는 고용보험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영세사업장·비정규직 미가입자(456만명)의 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하며, 자영업자 가입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전 국민 단일 고용보험제’는 재원과 기존 가입자와의 형평성, 자영업자의 자발적 참여와 소득 파악 등이 난제로 걸려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절실함이 커진 고용안전망을 법·제도로 받쳐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다만, 전 국민으로 넓히는 방향과 로드맵은 분명히 하고, 청년·영세자영업자 등에게 직업훈련·취업·구직수당을 지원하는 실업부조형 국민취업지원제는 서둘러 시행돼야 한다.
문 대통령은 “세계가 안심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한 것은 절호의 기회”라며 선도형 경제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되고, 디지털·바이오·비대면 산업 인프라와 일자리를 키우는 ‘한국판 뉴딜’을 미래 먹거리로 설정한 것이다. 그 속에서 개인정보보호와 의료·교육 공공성은 충분히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정보노출 피해자는 없도록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K방역을 이끌어온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보건 담당 복수차관제를 두며, 감염병 전문병원·연구소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공공의료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은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경제·사회상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강국과 고용안전망이 ‘쌍끌이’하는 국가를 설계한 것이다. 하지만 이 구상은 법·제도와 사회적 합의, 예산으로 받쳐져야 할 게 많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하나하나 메꾸고 질병관리청을 출범시키고, 비대면 산업을 키우면서 의료 공공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조화시키는 것도 법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시민들은 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다. 정부는 더 상세한 청사진을 내놓고, 여야는 21대 국회 개원을 전후해 ‘코로나19 입법 공백’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기수 칼럼]김대중·노무현에게 180석이 있었다면 (0) | 2020.05.12 |
---|---|
[기고]‘코로나19’ 이후에 대한 정부 구상…‘경제’만 있고 ‘사회’가 없다 (0) | 2020.05.12 |
[사설]‘슈퍼 여당’ 김태년 새 원내대표, 국난 극복에 온 힘을 쏟아라 (0) | 2020.05.08 |
[사설]‘코로나 대응’ 핑계 삼은 마구잡이 규제 풀기 안 된다 (0) | 2020.05.06 |
[이중근 칼럼]진짜 선거제 개혁, 지금부터다 (0) | 2020.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