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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장관이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및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연쇄 회담에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송 장관은 핵잠수함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와 핵잠수함 도입은 보수층이 북핵 문제로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꺼내들었던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카드다. 정부가 그간 국제사회와 함께 기울여온 북핵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 노력을 송두리째 부정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마저 위험한 역주행을 시작한 것인지 묻고 싶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을 위해 2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송 장관은 30일 워싱턴DC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을 한다. 연합뉴스

소형 핵무기를 의미하는 전술핵은 수십년간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었으나 1991년 철수했다. 미국의 핵무기 감축 선언과 남북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계기였다. 따라서 이제 와서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무력화하고, 북한에 핵개발 명분을 제공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 억지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에 핵개발과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는 자해행위에 가깝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핵우산 보호를 받고 있다. 정부의 입장도 전술핵 재배치 반대다.

핵은 핵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공포의 균형’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적대국가 간에 핵무기를 보유하면 평화가 찾아오는 게 아니라 첨단화, 정교화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핵개발의 원인인 적대감을 해소하는 것이 유일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비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무모하다. 핵잠수함은 한반도의 좁은 해역을 감안할 때 불필요할 뿐 아니라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할 게 뻔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송 장관의 발언이 무력시위 맞대응 등 정부의 대북 대처가 점점 강경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국방부는 송 장관 발언 직후 “야당과 언론에서 그런 요구를 하고 있다고 미국에 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해명이 더욱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왜 야당의 의견을 양국 국방장관 회담 의제로 삼았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평화를 추구한다는 정부가 전술핵 도입 문제를 미국 국방부 장관과 논의한 것 자체가 심각한 자가당착이다. 정부는 한·미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가고 있는지 당장 진실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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