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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찬양하고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사관을 옹호한 사실이 밝혀졌다. 박 후보자는 포항공대 교수 시절인 2015년 2월 학교에 제출한 연구보고서에서 이승만 독재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알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만들기 위한 독재”라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에 대해선 “조국근대화에 대한 열망”으로 평가하며 ‘유신과 중화학공업’을 예시했다. 유신독재를 근대화 열망으로 미화한 것이다. ‘일제 장교를 통한 일본과의 비교: 일본이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대목에선 일본군 복무 경험까지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얘기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8월30일 (출처: 경향신문DB)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벤처기업·소상공인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곳이다. 1996년 산업부 외청으로 만들어진 지 21년 만에 장관 부처로 새로 탄생했다. 할 일도 많지만 기대도 크다. 혁신을 선도해야 할 부처의 수장에 케케묵은 뉴라이트 사관으로 정신무장한 사람을 기용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8·15 건국절 제정과 친일·독재를 미화한 역사 국정교과서를 적폐 1호로 규정하고 폐기를 지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적폐를 앉히려는 꼴이다.

박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신이 생명을 창조했다는 창조론 연구 단체의 이사 경력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2015년 포항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면서 프리미엄 시세가 3000만~4000만원인데도 계약서에 450만원으로 신고해 다운계약서 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출범 100일이 지나 고르고 고른 마지막 장관 인사가 이 모양이다. 오죽하면 보수야당에서도 “유신 찬양 장관 후보자는 우리 입장에서도 레드라인을 넘었다”(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는 말이 나오겠는가. 이번 인사는 하루빨리 철회하는 게 옳다.

이런 인사 실패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한두 번은 실수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되풀이된다면 인사검증 시스템이 단단히 고장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인사를 늦게라도 철회하기는커녕 그대로 강행하는 고집과 오기다. 청와대는 이미 시민의 신뢰를 잃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검증도 못하고, 문제를 알고도 고치지 않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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