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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을 새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정했다.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어제 자정을 시한으로 지정해 오늘 이후 언제든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과 자질, 거짓말 등 중대 흠결이 드러나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보들 중 김 후보자만 지명을 철회하는 ‘분리 대응’을 함으로써 정성근 후보자 등에 대해선 임명 강행 방침을 내비친 것이다. ‘김명수 낙마’를 방패 삼아 청문회 위증과 ‘폭탄주 회식’ 등으로 자격 없음이 확인된 정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이는 국회를 무시하고 민심을 거스르는 최악의 선택이다.

7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한 장면 (출처 : 경향DB)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는 사필귀정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30여가지에 달하는 심각한 연구윤리 의혹과 낙제 수준의 자질, 업무능력 때문에 일찌감치 국민과 국회로부터 부적격 판단이 내려진 터다.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 결과를 받아들여 지명 철회를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쇄 낙마에 이어 교육부 장관 후보자마저 지명을 철회할 수밖에 없게 된 ‘인사 실패’에 대해 다시금 청와대 검증시스템의 부실,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새 교육부 장관 인사도 생뚱맞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것을 빼고는 교육 관련 경력을 찾기 어려운 황우여 의원을 내정한 것은 ‘교육 전문성’보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급급한 인선이라는 느낌이다. 내 사람만 고집하는 데서 비롯된 ‘돌려막기 인사’의 전형이다. 정부안대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면 사회부총리를 겸한다지만, 일개 장관에 전직 여당 대표를 앉힌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당·정관계가 정립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정성근 후보자에 대한 임명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청문회에서 거짓말한 것 하나만으로도 공직자로서 치명적 결격 사유다. 자신의 위증 논란으로 청문회가 정회된 상황에서 문화부 간부 등과 술판을 벌인 것은 기본 양식마저 의심케 한다. 오죽하면 여당 내에서도 불가론이 비등할까 싶다. 그런 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과 야당에 대한 도발이다. 야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 등을 통해 어렵게 마련된 ‘소통 정치’를 배반하는 불통이고 독선이다. 이제 ‘재활용 총리’에 이어 ‘거짓말 장관’까지 지켜봐야 하나. 박 대통령은 민심에 역행하는 정 후보자 임명을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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