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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3당 원내대표에게 국회 정상화의 걸림돌이 돼온 ‘경제청문회’ 대신 토론회 형태의 ‘경제원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문 의장은 지난 18일 여야 3당 원내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각당 경제통 의원들과 민간 경제 전문가들이 참여해 경제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원탁회의를 해볼 수 있지 않느냐”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경제청문회 개최를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내건 채 꿈쩍도 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에 복귀 명분을 주는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두 원내대표는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일단 국회를 정상화한 다음에 논의할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그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한시가 급하다고 비명을 질러온 여당이 이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경향포럼 행사에 앞선 차담회에서 환담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지금 우리 경제는 벼랑 끝으로 몰린 상태다. 대외 경제여건은 악화되고 있고, 투자와 소비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경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건 모두가 인식하는 바다. 이 마당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자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굳이 국회 정상화의 조건이 아니더라도 ‘현인(賢人)회의’를 해야 할 현안들이 넘쳐나고, 여당이 앞장서 이런 자리를 만들자고 해도 모자랄 판이다. 아마 원탁회의가 성사되면 정부를 공격하며 정치공세를 펼치려는 야당에 멍석을 깔아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겠지만, 너무 경직된 생각이다. 여당은 지금 그렇게 시시콜콜 앞뒤를 잴 만큼 한가하지 않다.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린 지 75일째다. 이 정도면 휴업이 아니라 사실상 폐업 상태다. 정부는 4월 하순에 추경안을 국회로 넘겼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심사는커녕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등 국회에서 다뤄야 할 다른 민생법안도 수두룩하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라고 하지만 너무 지나치다. 국회 문을 걸어 잠근 채 말로만 민생을 챙기겠다는 건 위선이요, 기만이다.

정국을 풀 책임은 여당에 있다. 그래서 여권의 국정 책임은 무한대라고 하지 않는가. 때로는 마음에 차지 않아도 먼저 양보하고 포용하는 게 여당다운 태도이다. 대국적 차원에서 여당은 경제원탁회의를 수용하고, 한국당은 조건 없이 등원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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