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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북한 주민 4명을 태운 채 강원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 어선은 당초 발표한 대로 삼척 인근 해상이 아니라 삼척항 부두에 접안했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는 것이다.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지난 12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뒤 14일 밤 삼척 동쪽 5㎞ 해상에서 엔진을 끄고 기다리다 해가 뜨자 삼척항으로 진입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휴대폰을 빌리려다 112에 신고됐다. 4년 전 북한군 1명이 동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초소까지 다가와 귀순한 일명 ‘대기 귀순’ 사건과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어선이 NLL을 넘어 3일간 돌아다녔는데도 감시망이 전혀 포착하지 못한 점이다. 당시 경비함과 P-3C 대잠초계기가 정상적으로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었는데 NLL 130㎞ 이남까지 내려온 이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삼척항 인근에 있는 영상감시체계가 이 선박을 1초간 2번 포착했지만 감시병들은 이를 지나쳤다. 해양수산청과 해경도 CCTV로 이 선박을 관측하기는 했으나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측 어선으로 오인했다. 망망대해에서 작은 어선을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군과 해경의 해상·해안 3중 감시망이 한꺼번에 모두 뚫린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당초 군 당국은 조사 결과 해상 및 해안 감시에 허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어선이 길이 10m, 폭 2.5m밖에 되지 않은 작은 목선인 데다 파도에 반사돼 관측할 수 없었다며 노후화한 관측 장비 탓을 했다. 또 선박이 움직이지 않아 다른 물체로 오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북한 선박은 28마력 엔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고 사건을 축소,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19일 “경계작전 실태를 되짚어보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 간 긴장완화 조치로 가뜩이나 경계 태세에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유감스럽다. 진상을 조사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해상·해안 경비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노후화된 관측 장비를 교체하고, 장병들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감시 능력도 키워야 한다. 허물을 덮으려는 군의 고질적인 병폐도 차제에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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