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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통합당 국민경선의 선거인단 모집 실적이 저조하다. 모집 나흘째인 11일 기준으로 8만여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시민사회, 노동계 등과 통합한 뒤 대표를 뽑았던 1·15 전당대회의 절반 수준이다. 당시 참여자가 64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50만명 모집은 어려워 보인다. 오죽했으면 이해찬 대표가 100만명만 모아도 성공이라고 했을까 싶다. 손님을 초대해놓고 집안잔치를 벌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는 지리멸렬한 민주당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국민경선은 경선 후보 5인 캠프에 맡겨진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당 지도부는 각종 현안에 대해 논평이나 내놓는 ‘촌평 정치’에 머물고 있다. 사과 여론이 비등한 이종걸 최고위원의 ‘그년’ 발언 파문에 대한 대처는 상징적이다. 지도부는 잘못된 일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정작 이 최고위원이 사과토록 종용하는 이는 없다. 부적격자를 공천하고, ‘나꼼수’ 파문이 일어도 대처를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다 잡았던 승기를 여당에 넘겨버린 4·11 총선 때와 흡사한 장면들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19대 국회 개원이 지연되자 의원들의 세비 반납운동을 벌이고, ‘돈 공천’ 파문이 커지자 정치후원금 공영제를 들고 나오는 새누리당과 대비된다.


연설 준비하는 민주당 경선주자들 (경향신문DB)


정치적 성과물을 사장시키는 일도 일어난다. 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을 둘러싼 특별검사제 도입, MBC 장기 파업사태에 대한 국회 상임위의 청문회 실시는 9월 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사실상 물건너 가고 있다. 정치색 짙은 검찰의 박지원 원내대표 수사로 촉발된 방탄국회 논란 탓도 있지만 여당의 보이콧 전략·전술에 말려든 무기력증 탓이 더 크다. 3대 이슈는 민주당이 19대국회 개원 지연에 대한 온갖 비판을 감수하면서 쟁취했다는 점에서 욕만 잔뜩 얻어먹고 실속은 차리지 못한 ‘마이너스 정치’의 전형이다.


대선 4개월여를 앞두고 이토록 존재감을 상실한 제1야당은 없었다.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정치공학만 맹신하느라 어떤 대선을 치를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빠져버린 결과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박근혜 의원을 검증하려면 자신의 정책도 말해야 한다. 안철수의 지지율을 쳐다보기에 앞서 자강론에 힘 쏟아야 한다. 이를 외면하면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민주당의 몫이 아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두 후보의 막판 단일화도 결과적 산물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다. 제1야당이 없는 대선, 그것은 민주당만이 아닌 국민들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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