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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체가 마침내 바로 섰다. 침몰한 지 4년 만이자 목포신항에 눕혀져 거치된 지 1년1개월 만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용역을 받은 현대삼호중공업은 10일 오전 9시부터 세월호를 바로 세우기 시작해 3시간10분 만에 작업을 마무리했다. 세월호 직립(直立)은 육상 거치와 마찬가지로 고난도 작업이었다. 1만t급 해상 크레인이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선체가 함몰되거나 뒤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해상 크레인과 철제 빔 66개를 와이어에 연결하고 각도를 천천히 돌려 선체를 94.5도까지 직립시키는 데 성공했다.

1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완전 직립에 성공했다는 선언을 선체조사위원회와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가 하고 있다. 목포=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세월호가 바로 서면서 기관실과 남학생 객실 등에 대한 수색작업이 이뤄질 수 있게 돼 미수습자 5명의 유해를 발견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체조사위는 선내 안전보강 작업을 한 뒤 다음달부터 미수습자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이로써 참사 이후 하루하루가 ‘4월16일’이었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선체조사위는 4년이 넘도록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혀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검경 합동 수사본부는 2014년 10월 세월호 침몰사고 원인으로 조타수의 실수, 무리한 증축, 화물 과다 적재, 평형수 부족, 차량·컨테이너 부실 고박 등을 꼽았다.

1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직립작업을 시작하여 4시간여만에 완전 직립에 성공, 세월호가 참사 4년여만에 바로섰다. 목포=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하지만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발표한 침몰 원인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게다가 외력에 의해 세월호가 좌초했다거나 잠수함 충돌설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법원도 “사고 당시 세월호 조타기가 정상 작동했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며 “기관실 조타 유압장치의 솔레노이드 밸브와 엔진 관련 프로펠러의 오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선체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선체조사위는 이날 “세월호 선체 좌현에 외부 충돌에 의해 함몰된 흔적은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를 바로 세웠다는 것은 돈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시금석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선체조사위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가 4년 만에 직립된 것처럼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침몰의 진실도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게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꽃 같은 아이들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살아남은 자들의 뼈아픈 자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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