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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28일 보수정부에서 이뤄진 주요 대북정책의 점검결과를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지난해 2월10일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지시에 의해 이뤄졌음을 확인한 점이다. 정부는 당시 개성공단 중단조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밝혔지만 혁신위 조사결과 이틀 전인 2월8일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구두지시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혁신위는 또 당시 개성공단 중단의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전용’ 문구는 충분한 근거 없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삽입됐다고 밝혔다. 당시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정보기관의 문건은 주로 탈북민의 진술 및 정황에 기초한 것이다. 해당 문건에도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요컨대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에 의존해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고갈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후 홍영표 당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으로 유입된 돈의 70%가 당 서기실에 상납됐다”고 했다가 국회에서 의원들의 추궁을 받자 증거자료를 갖고 이야기한 건 아니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정부는 더구나 국무회의도 열지 않은 채 대통령 자문기구에 불과한 NSC 상임위원회 결정을 기초로 11일 개성공단에서 인력을 철수시키고 단전·단수 조치까지 취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안보적 위기상황에 따른 통치행위라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뤄졌어야 하지만 정부가 법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정세와 상관없이 공단의 정상운영을 보장한다’는 2013년 남북 간 합의서를 철석같이 믿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인들은 날벼락 같은 결정에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보수정부의 대북정책은 ‘통치행위’라는 명목하에 법절차를 무시하고 이뤄지는 경우가 잦았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천안함 사태 대응조치로 내놓은 남북 간의 모든 교류를 전면 중단시킨 ‘5·24’조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률 위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 이래서는 대북정책이 집권자의 뜻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고, 정치적 후유증을 키우게 된다. 혁신위가 당부한 대로 이번 점검결과를 ‘남북관계를 당파성에서 벗어나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률에 근거해 추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대북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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