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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지난 22일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 32개 법안을 올렸다. 이들 법안은 개헌 특위 연장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이 중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시간강사법)이 포함돼 있다. 전안법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의류와 잡화 같은 생활용품도 전기용품처럼 ‘KC 인증서’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인증 비용만 20만~30만원이 들어가 영세소상공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에 따라 해마다 1년씩 유예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방법으로 시행을 미뤄왔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당장 새해 1월1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인증을 지키지 못한 소상공인에게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소상공인 700만명은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내몰릴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업 대학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주고 임용 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하는 내용이다. 당초 2012년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법 취지와 달리 강사의 대량 해고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3차례에 걸쳐 도입이 유예됐고,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추가로 유예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 법에 영향을 받는 시간강사만 8만명이라고 한다.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대학의 강사 임용에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당장 새해부터 실질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이런 일몰법안만 12건이다. 영주귀국 독립유공자의 유족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내용의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은 주택신청기간(1월2~12일)을 감안하면 연내 법안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29일은 연내 본회의가 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여야는 28일에도 기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이번 임시국회는 연내 해결해야 할 민생 법안이 많다는 이유로 여야 합의에 따라 열렸다. 이럴 거면 뭐하러 열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사자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이러니 민생국회가 아니라 ‘민폐 국회’ ‘민생 패싱’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 국회의 의무다. 여당은 누구보다 집권당으로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야당도 도 넘은 정치 공세를 삼가야 한다. 싸움을 해도 민생 문제는 처리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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