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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어제 한국의 분배구조와 관련한 의미있는 수치 두 가지를 보도했다. 첫째는 조세부담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및 지방세 수입은 전년에 비해 29조원 늘어난 318조원이었다. 이에 따라 조세부담률은 역대 두번째 수준인 19.4%로 집계됐다.

두번째 수치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분배시스템과 관련한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분배시스템 분야 지속성장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49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218로 OECD 최하위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지수는 지니계수와 조세부담률, 공공사회지출 비중 등을 수치로 바꾼 뒤 평균값을 산출한 것이다. 종합하면 국민들의 세부담은 늘었지만 분배 수준은 여전히 낮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분배 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9.7%로, OECD 평균 2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양극화에 따른 빈부격차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려면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하는 것은 당위이다. 선거 때마다 증세론이 분출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증세는 일자리, 복지, 교육 등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재원 마련 측면에서도 핵심 쟁점이다. 실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하고 문재인·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 모두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얼버무리는 분위기다. 표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부자증세가 우선이며 재원 부족 시 법인세 실효세율, 그리고 순차적으로 명목세율을 올리자는 두루뭉술한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유 후보와 심 후보는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조세부담률 상향 조정까지 거론한다. 

증세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우회로를 택하게 되면 조세 형평성과 조세체계가 엉망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상에 매달리다 담뱃세 등을 올려 서민들만 울린 것은 기억에도 새롭다.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은 퍼주기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조차도 고른 분배가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복지수준과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빠를수록 좋다. 후보들은 공약 재원조달과 관련한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구체안이 없으면 그 자체가 헛공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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