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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치러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후보가 선출됐다. 박 후보는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유인태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눌렀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개원협상을 총괄하는 한편,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다음달 임시전당대회 때까지 당 운영도 책임지게 된다. 



생각에 잠긴 박지원 후보 (경향신문DB)



이번 경선이 민주당 안팎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은 것은 이른바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역할분담론’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친노’와 ‘호남’이 뭉쳐 대선 총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담합’이 아닌 ‘단합’이라 주장했다. 우리는 그러나 두 사람의 합의에 대해 4·11 총선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요구를 배반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저버린 밀실·구태정치라고 비판해왔다. 경선 결과도 이들의 담합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본다. 박 원내대표 측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을 것이라 장담했지만 결선투표까지 가야 했고 결국 7표 차로 신승했다. 전날 초선 당선자 21명이 ‘이-박 담합’을 공개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당의 정치적 역동성을 바라는 목소리가 확인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스스로 “저에게 엄중한 경고를 주셨다”고 밝혔듯이 겸허한 자세로 출발선에 서야 한다. 다음달 임시전당대회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일은 그의 의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박 원내대표 앞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19대 국회에서 새로운 정치문화의 주춧돌을 놓는 일이다. 여야가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몸싸움 방지법안’을 통과시킨 뜻을 새겨 정치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인 불법사찰·은폐조작, 이명박 대통령 측근비리, 언론사 파업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선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통해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민주당 차원에서는 당의 변화와 쇄신을 선도해야 한다. 지금의 민주당을 들여다보면 도대체 어떤 비전이나 정책으로 대선에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민주당은 ‘18대 총선보다 의석이 늘었으니 패배한 게 아니라’는 식의 자기합리화를 떨쳐내고 과감한 혁신을 통해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아울러 공정하면서도 역동적인 대선후보 경선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도 박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책무이다. 어제 그는 ‘이-박 담합’ 과정에 문재인 상임고문이 개입했다는 논란을 의식한 듯 “지금까지 우리 당내의 어떤 대통령후보도 지지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다짐이 다짐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박 원내대표의 당선은 ‘절반의 승리’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19대 당선자들은 박 원내대표의 대여 투쟁력 등을 고려해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이-박 담합’을 승인한 것은 아니다. 박 원내대표가 경선 결과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느냐가 ‘박지원 체제’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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