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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 나선 비례대표들의 경선 부정 파문을 둘러싼 통합진보당 내 계파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공동대표들이 어제 첫 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으나 조사 결과와 수습 방안에 대한 현격한 인식차만 노출했다. 예상한 바 그대로다. 이른바 당권파의 패권적인 당 운영과 안이한 사태 인식, 기득권 지키기가 주 요인이다. 회의에서 공동대표들이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고 도덕성 회복과 당 쇄신을 이뤄나가겠다고 다짐했으나 당내 기류 탓인지 울림이 없다.
통합진보당에 쏠린 관심 (경향신문DB)
진보당 사태에 대한 당권파와 비당권파 양측의 접근법을 보면 이들이 같은 당 사람들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번 파문의 핵심인 비례대표직 사퇴 여부를 놓고 벌이는 공방이 대표적이다. 당권파는 이정희 공동대표를 사퇴시켜도 비례대표 1, 2, 3번은 포기하지 않을 태세이지만 비당권파는 선거의 정당성이 무너진 만큼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 3번은 대표적인 당권파들이다. 그 이면에는 연말 대선 정국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에 대비한 고도의 셈법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19대 국회의원 13명 중 7명의 자파 의원을 거느린 당권파는 비례대표 2석을 내놓을 경우 다수파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유시민 공동대표를 비롯한 국민참여당파는 원내에 진입할 기회를 얻는다. 양측의 동상이몽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당권파의 왜곡된 당 운영에서 비롯됐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비례대표 2번인 이석기 당선자가 조사 발표를 앞두고 국민참여당 출신인 유시민 공동대표를 만나 ‘담합’을 시도한 일은 도덕성은 물론이고 진보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당권파의 추한 모습을 고발한다. 이 자리에서 이 당선자는 유 대표에게 당권을 내줄 테니 당권파의 중앙당 지분은 유지해달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당권파들이 이번 경선 부정을 여전히 가벼운 ‘관행의 문제’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징표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 당선자는 당내 자주파의 두뇌로 불리는 대표적 당권파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하다. 2008년 진보정당 분열도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종북주의’와 같은 이념의 문제보다 다수 정파의 패권주의적 당 운영에 대한 소수파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당권파의 ‘분파 패권주의’는 이번 파문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런 당권파가 여전히 당 운영을 장악하고 있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의혹에 대한 조사 착수 결정부터 발표 시기 조율, 향후 수습책 논의까지 거의 모든 과정이 그들의 통제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 그들이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을 엄히 추궁하며, 처절한 반성과 함께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결국 당권파의 2선후퇴가 사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당권파들이 기득권을 지키려 발버둥칠수록 활로 모색은 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지금 그들에게 ‘죽어야 산다’는 경구 말고는 별다른 조언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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