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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 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지난 25일 전남 함평의 한 오리농장 분변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타나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어제 AI(H5N8형)로 확진됐다고 한다. 전남도는 종오리 1만2000마리와 육용오리 3만마리 등을 긴급 살처분하고 반경 500m 이내 토종닭 사육농장의 닭 2000마리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했다. 철새가 돌아가고 기온이 오르면 없어질 것이라고 믿었던 AI가 지난 6월 중순에 이어 삼복더위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AI가 국내에서 토착화한 게 아닌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올 초 전북 고창에서 처음 발생한 H5N8형 AI가 200일 가까이 지속되면서 축산 농가와 관련 업계, 방역 당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최장 기록인 2010년 139일을 훌쩍 넘겼을 뿐 아니라 살처분 규모도 1400만마리에 이르러 2008년 1020만마리 기록을 이미 갈아치웠다. 그럼에도 아직 진행형이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마지막 살처분 이후 추가 발병이 없을 것으로 보고 다음달 중순께 AI 종식선언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병으로 그것이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지난 23일 경북 의성에서 구제역 발병까지 겹쳐 방역체계에 큰 구멍이 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현황 (출처 : 경향DB)

정부가 AI 예방과 방역에 번번이 실패하는 것은 원인 진단이나 방역정책에 중대한 오류가 있기 때문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와 환경부 등 관계 당국은 그동안 겨울 철새를 AI 전파의 주범으로 보고 방역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철새가 돌아간 한참 뒤인 지난 6월 중순의 AI 재확산에 이어 이번 AI 발생으로 그런 전제가 무너졌다. 그러자 농식품부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에 편승해 텃새화한 철새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매개했다는 증거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견해에는 애써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다.

텃새화한 철새 때문이든 다른 요인에 의해서든 AI가 토착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당장은 차단 방역에 집중해야 하겠지만 차제에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작정 철새 탓만 할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 조사를 토대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가축 사육환경 개선, 철새 서식지 보호, 생물다양성관리계약제 확대 등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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