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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변호인 선임을 계기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기존 태도를 갑자기 바꿨다. 그동안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기를 피하며 눈치 보던 박 대통령이 구차한 이유로 검찰 수사를 미루면서 반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때맞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친박 세력도 대통령 옹호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위기 때마다 동원했던 박 대통령의 수법 그대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과 백남기 농민의 사망 등 자신에게 불리한 사태가 발생하면 버티면서 책임을 회피해왔다. 야당과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기 일쑤였고, 여의치 않으면 색깔론을 제기해 지지자들의 결집을 꾀했다. 문제 해결을 미룬 채 소모적 갈등을 불러일으킨 뒤 시민들이 피로감을 느낀다는 핑계로 덮고 넘어가려 했다. 여당과 지지자들은 이런 박 대통령을 타협하지 않는 원칙론자로 포장했다. 그 결과 세월호 유족들은 거리에서 세번째 겨울을 보내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통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6년 11월 17일 (출처: 경향신문DB)

박 대통령의 행동은 이미 법과 상식을 벗어난 지 오래다. 박 대통령의 온갖 주문에 봉사해온 검찰조차 박 대통령의 불법 행위 입증을 자신하는 판이다. 그런데 어제 박 대통령은 부산 엘시티 사건에 대해 김현웅 법무장관에게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이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표적까지 지정해줬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대통령이 사돈 남 말 하듯 하는, 정말 몰상식하고 후안무치한 발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박 대통령의 리더십 회복이 이제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사를 일시적으로 피하고 버틴다고 반전될 상황은 이미 지났다는 점을 박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겠다는 것은 국가적인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정은 마비 상태를 넘어 파탄으로 갈 게 불 보듯 뻔하다. 여당은 분열하다 존재감을 잃을 것이고 야당과 시민은 거리로 나서고, 국회는 파행되고 공직자들은 일손을 놓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라앉는 경제와 민생은 누가 챙길 것인가. 20대 지지율이 0%인 군 통수권자가 60만 장병을 지휘하는데 안보인들 튼튼해질 리 없다. 한반도 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박 대통령이 나설수록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박 대통령이 1년3개월간 버틴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이다. 포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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