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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말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고용세습 의혹’이 계기가 됐다. 조사 결과 ‘서울교통공사뿐이겠는가’ 하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친·인척, 지인을 취업시키기 위해 직원이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전형기준을 조작하는 등 공공기관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각종 채용비리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의 경우 2012년 정규직을 채용할 때 친구 자녀가 응시한 사실을 알고 직원이 면접위원을 맡았다. 국토정보공사는 2016년 직원 자녀를 당초 자격 미달로 불합격 처리했다가 두 달 뒤 자격 미달자임을 알면서도 서류·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시켰다. 한국기계연구원은 2016년 정규직 채용 시험에서 합격자 추천 순위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채용비리가 182건 적발됐다. 비리가 적발된 기관이 조사 대상 총 1205개 기관 중 143곳(11.8%)이다. 10곳 중 1곳꼴이다.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기관은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그 결과도 지켜볼 일이다.

공기업은 ‘신의 직장’이라 불릴 만큼 선호도가 높은 직장이다. 보수도 좋고 한번 들어가면 잘릴 염려도 없다. 해마다 수백 대 1의 입사경쟁률을 보이고, 일반 지원자가 합격한다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렇게 끼리끼리 ‘반칙 채용’이 이뤄지는 줄도 모르고 취업준비생들은 도서관 귀퉁이에 앉아 책과 씨름해 왔다고 생각하니 절로 울화가 치민다.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면 청년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채용비리는 기회 균등이라는 사회정의를 송두리째 흔드는 반사회적 범죄다. 청산해야 할 적폐로 말하자면 채용비리만큼 심각한 생활적폐도 없다.

범정부 차원에서 전수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이런 조사를 왜 진작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부정합격자와 비리 연루자는 퇴출시키고 피해자에겐 재응시 기회를 주는 등 최대한 구제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조치다. 더 중요한 건 다시는 채용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뿌리를 뽑는 일이다. 정부는 앞으로 매년 공공기관 채용 전반에 대해 정기 전수조사를 실시해 채용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차제에 민간기업도 채용 과정에서 특혜와 반칙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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