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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다스 의혹 수사 등을 ‘정치공작’이자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하지만 참담한 것은 그가 아니다. 한마디 유감표명도 없이 ‘보수결집’을 선동하고, 정치보복 운운하며 진흙탕 정쟁으로 몰고가려는 그를 봐야 하는 시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 전 대통령은 각종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은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실체적 진실로는 검찰 수사에 맞설 길이 없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실제 ‘MB의 집사’로 불려온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나란히 구속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양심선언을 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국정원 돈 5000만원을 줬다고 시인했다. 이들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로 포장한들 누가 믿겠는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8년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청와대에서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하고 “국정원 돈이 이런 식으로 청와대로 가면 사고 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독대 시기는 국정원이 김 전 기획관 요청으로 현금 2억원을 전달한 이후다.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에 특활비를 추가로 요구하자 김 전 실장이 면담을 신청해 우려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고 이후인 2010년에도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돈 2억원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 없이 김 전 기획관 단독으로 이런 일을 벌였으리라고 믿기는 어렵다. “국정원 돈을 받아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던 행정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까지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돈이 상납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위법성’에 대한 인식까지 있었다면 뇌물수수의 공범을 면하기 어렵다.

10년 넘게 ‘미제’였던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도 급진전되고 있다. 다스의 김성우 전 사장과 권모 전 전무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 설립에 직접 관여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하면서다. 김 전 사장은 2007~2008년 검찰과 특검 조사에선 다스가 이 전 대통령과 무관한 회사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따라서 그의 진술 변화는 사실상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정황이 이 전 대통령을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시민 앞에 진실을 털어놓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기 바란다. 권력에 굴종했던 과거를 반성하는 차원에서라도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반칙과 불의로 점철된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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