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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제기됐던 군 사법제도의 문제점이 방위산업비리 사건 처리 과정에서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군사법원이 지난해 11월 방산비리 합동수사단 출범 후 구속된 현역군인 5명 가운데 4명을 풀어준 것이 그제 드러나면서다. 방산비리로 일반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돼 구속된 민간인 피의자 15명은 단 한 명도 석방되지 않았는데 유독 군사법원에 넘겨진 군인만 대거 풀려난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과 함께 폐쇄적인 군 사법체계에 눈총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방산비리는 총알이 뚫리는 불량 방탄복과 세월호 구조작업을 불가능하게 만든 통영함 등의 납품과 관련한 비리로서 군의 전력과 국민 안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 범죄다. 민간보다 더욱 엄중하게 다뤄야 할 군사법원이 국민적 시선이 집중돼 있고 더욱이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농후한 피의자를 그토록 과감하게 석방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군사법원이 합수단에 구체적인 석방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적용한 법조항만 알려주었다고 한다. 풀려난 영관급 장교 중 일부는 구속수사를 받을 때와 정반대의 진술을 하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주요 방산 관련 문제점 (출처 : 경향DB)


군 사법제도 개편은 새삼스러운 논제가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그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미 모범답안도 나와 있다고 할 것이다. 사단장급 이상 부대 지휘관이 군 검찰과 군사법원 행정을 좌지우지하는 지금의 군 사법체계는 민주적 통제가 불가능한 구조다. 윤 일병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구타·사망 사건을 은폐하거나 의문사로 만들고 이번 사건처럼 ‘안보를 팔아먹는’ 대형 비리의 꼬리를 번번이 잘라온 군의 병폐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정답은 군 지휘권 아래 있는 군사법원을 지휘권 밖으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2006년 사법개혁위원회가 마련한 개혁안이라든가 지난해 구타·총기난사 등의 사건을 계기로 발족한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의 권고안 등에 담긴 기본 방향이다. 군은 사법개혁위의 개혁안에 이어 병영혁신위의 권고안에도 부정적 입장인 모양이다. 이번 군사법원의 방산비리 사범 대거 석방 파문은 군 사법제도 개혁 필요성을 거듭 확인해준 사건에 다름 아니다. 더 이상 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군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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