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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례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1년 2105건이던 아동학대 건수는 2014년 1만건을 넘어 2018년에는 2만4433건을 기록했다.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 역시 2015년까지는 10명 안팎이었으나 2016년부터는 매년 30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아동 학대도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의 어린이 인권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놀라운 점은 아동학대 행위자의 절대 다수가 부모라는 사실이다. 2017년의 경우 전체 아동학대 사례에서 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는 76.8%나 됐다. 많은 가정에서 어린이가 ‘가족의 제왕’으로 떠받들어지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적잖은 어린이들이 부모로부터 신체적으로 학대받거나 방치되고 있다. ‘가정 간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례가 늘고 있는 점 역시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육교사가 어린이를 때리거나 음식을 강제로 먹게 하는 행위가 폐쇄회로(CC)TV에 담겨 공분을 자아냈는데,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통계수치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신체적·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어린이는 폭력이나 따돌림 등 학대에 노출되면 큰 상처를 받는다. 방어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복해 학대받을 가능성이 높고, 한번 받은 상처는 평생 지속된다. 어른들이 어린이 인권 보호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듯 한국의 어린이 인권상황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부모에 의한 학대가 빈발하는 것은 자녀를 가족의 부속물로 여기는 잘못된 가족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어린이날인 5일 경기 시흥에서는 30대 부부가 두 살과 네 살 자녀와 함께 자동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어린이날을 만든 아동문학가 방정환은 100년 전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봐 주시오”라고 말했다. 어린이를 올려다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할 때 아동학대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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