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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2일 지난해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10만2305명으로 2017년보다 14% 늘었다고 발표했다. 산재 사망자는 10% 가까이 증가했다. 사고로 971명이, 질병으로 1171명이 각각 숨졌다. 산재 노동자가 증가한 것은 적용 사업장을 확대하고, 신청·심사 과정 등을 개선해 승인이 쉽도록 한 덕분이라고 정부는 말했다. 일터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은 노동자가 산재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배·보상 등을 통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산재사고의 급증 현상이 산재 인정 문턱을 낮춰 더 많은 피해자를 ‘보호망’으로 끌어안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일터가 ‘후진국형’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노동자의 주의 태만도 있겠으나 “2022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관리 책임은 더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가 반발하고 있다. ‘중대 재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정부가 작업중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두고, 작업중지 명령권이 남발되면 수백억~수천억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원청업체에 산재사고의 책임을 일부 물리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기업을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중대 재해가 일어나면 작업을 중지하고 일터가 안전한지를 살피는 일은 정부와 기업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다치고 죽어나가는 판에 ‘돈 타령’이라니 어이가 없다. 하청을 통한 작업과정에서의 안전사고 책임을 원청에 묻는 것도 당연하다. 경영계의 반발은 “위험과 함께 책임도 외주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러니 산재 피해자 가족들이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기업을 직접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난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은 노동자 1만명당 사고로 숨지는 사망 만인율이 0.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이다. 한 해 1000명 가까운 노동자가 ‘일터에서의 사고’로 생목숨을 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정부와 기업은 모든 역량을 동원,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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