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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동시 제안했다. 군사회담은 오는 21일, 적십자회담은 다음달 1일 각각 판문점에서 열자고 했다. 하루에 두 건이나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북핵 위기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매년 이산가족 3000여명이 한을 풀지 못한 채 사망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한 남북회담은 대단히 시급하고 중요하다. 

정부의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대북구상’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다. 북한이 적십자 연락채널이나 군 통신선을 통해 남측 제의에 응답한다면 지난해 2월 개성공단 폐쇄 직후 끊어진 남북 연락망은 자연스럽게 복구된다. 남북 연락망 복구는 교류를 위해서는 물론 우발적인 사건이 대규모 군사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남북당국회담 개최는 그 자체로 긴장완화와 상호 신뢰회복의 단초가 된다. 나아가 남북이 적대 행위 중단에 합의한다면 북핵 위기 국면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의미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군사회담에서 논의할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문제는 북한의 주요 관심사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비방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북한은 과거에도 군사회담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해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긴장상태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한 적이 있다. 이산상봉은 북한의 관심이 크지는 않지만 반드시 관철해야 할 사안이다. 고령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떠나기 전 한을 풀어주는 것은 남북 당국의 인도적 의무사항이다. 이산상봉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흐름과 무관한 분야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번 회담 제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굳은 의지를 갖고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남북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9년여 동안 대화와 교류가 사라진 채 불신과 적대를 키워왔다. 지금 남북관계가 복원되지 않는다면 파국으로 가는 길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남북관계를 되살려 돌파구를 만들어내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북한은 남북대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핵·미사일 개발로 체제안전과 번영을 꾀할 수 없다는 점은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6·15 공동선언 17주년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 긴장상태 완화 실천을 남측에 촉구했다. 북한은 이런 주장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남측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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