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수리온 개발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 이어 어제 협력업체 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어제 감사원 자료를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리온의 결함과 개발 과정의 비리 의혹을 감사원으로부터 보고받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18일 경남 사천에 있는 KAI의 한 협력업체 안으로 검찰 관계자가 압수물 상자를 가져가고 있다 (왼쪽 사진). 이날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방위사업청에서 건물 도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KAI에 대한 수사는 박 전 대통령의 인척인 하성용 항공우주산업 사장이 원가 부풀리기로 비자금을 조성해 자신의 연임 로비에 썼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지난주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후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엄청난 사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어떻게 그런 일이 덮여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정 의원이 감사원에서 제출받은 ‘대통령 수시보고 현황’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감사원으로부터 ‘군수장비 획득 및 운용관련 비리 기동점검’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나온다. 여기에는 수리온의 엔진과 전방유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런데 감사원은 넉달 후인 11월22일 기체 결함 내용은 빼놓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지난해 감사 후 추가로 조사해서 밝혀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개된 보고서와 그제 발표한 감사결과 보고서는 동일한 문건이라고 정 의원은 밝혔다. 전후 맥락으로 미뤄 박 전 대통령이 수리온 결함을 보고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수리온은 항공우주산업과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 헬기다. 정부는 ‘명품헬기’라며 2012년부터 일선부대에 보급했지만 여러 차례 추락·불시착 사고를 일으켰다. 미국 기관에 검사의뢰한 결과 101개 중 29개 항목에서 기준 미달이 발견됐다. 사업을 중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은 전력공백이 우려된다며 사업을 그대로 진행시켰다. 권력의 개입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장 청장은 박 전 대통령의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동창이다. 더구나 이때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방산비리 수사를 총지휘하고 있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번 수사에 정치적 흑막이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이번 수사로 항공우주산업의 항공기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방산비리는 이적행위나 다름없는 중범죄다. 감사원의 지적과 보고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업이 진행된 경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런 범죄를 덮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