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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등장하니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사라졌다. 두 위원회의 역할이 중복된다는 짧은 이유로 중앙정부의 유일한 청년전담기구가 폐지된 것이다. 그러나 청년위원회와의 업무 중복을 핑계로 새로 만든 일자리위원회 안에 청년이 없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30명이 넘는 위원들 중에 20대가 단 1명이거니와 30·40대는 아예 없다는 사실, 그리고 지난 정부와 같이 이번 정부도 청년문제의 핵심을 일자리 문제로 진단해 취업과 창업 장려라는 100일 긴급 처방을 내놓은 모습은 적잖이 당황스럽다.

그간 청년위원회가 운영되어온 꼴을 보면 달리 할 말은 없다. 취업과 창업 정책만 벌여온 것은 지금의 일자리위원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회계 또한 불투명하게 공개된다.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어디에 돈을 쓰는 건지 제대로 알 수 없는 위원회라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해 폐지하는 것이 응당하다.

그러나 중앙정부에 청년을 전담하는 부서가 전무한 때 유일했던 청년위원회마저 없앤 것은 매우 씁쓸한 마음이 들게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부의 시작과 함께 논의되었어야 할 청년문제의 시작점 자체가 사라졌다. 보다 진보한 정권이라면 청년을 하나의 정책 대상자로 분명히 하고, 위원회 안에 청년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만큼은 지켰어야 했다. 부족한 청년의 참여적 거버넌스는 상황에 맞게 만들어나가면 된다. 이러한 고민 없이 청년의 어려움은 일자리 대책으로 퉁치겠다는 태도엔 어찌 답해야 할까.

그동안 청년을 미취업자로만 한정했던 정책은 청년에 대한 시선의 오해를 낳았다. 청년문제를 그저 일자리 부족 문제로 단순화한 것은 결국 월세와 빚, 교육 수준, 일상의 만연한 차별을 가려왔다. 취업준비생 1인에게 줄 수 있는 일자리는 1개도 아닌 0.6개라거나, 청년실업률이 IMF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한다면 일자리위원회가 해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청년 주거빈곤율이 29%에 다다른다거나 평균 2006만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삶의 또 다른 문제는 고용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청년과 지방정부 그리고 국회는 끊임없이 소통한 결과 정책 대상으로서 청년을 바라보는 관점의 대전환을 이루어냈다. 청년을 미취업자로만 규정짓지 않고 시민으로 인정하자 청년정책의 방향성이 180도 뒤바뀌었다. 정책 원리가 고용에만 국한되던 ‘청년실업해소특별법’에서 다면적인 삶에 집중하는 ‘청년기본법’으로 발전한 것이다. 청년정책의 범주가 노동 분야로만 한정되지 않고 주거, 부채, 교육 등 다면적으로 접근되어야 함이 합의되니 청년의 삶 자체를 제도 안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 청년기본법은 아직 계류되어 있기는 하나 국회에는 7건이 발의되었고 지방정부에는 125개의 청년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있다.

이제 함께하는 일만 남았다. 서로 각개분투하지 말고 지방정부와 국회가 마련해놓은 틀 위에서 같이 출발하자. 다음 세대로 건너가기조차 힘들다는 세대적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단기적인 고용대책 말고 중장기적인 종합대책으로 함께 고민하자. 이제는 고용률 상승과 실업률 하락이라는 숫자적 지표가 아니라 지금 우리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대화했으면 한다. 청년, 우리는 일만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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