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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스웨덴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교장관 간의 회담이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양측 간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가 협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웨덴 외교부가 “스웨덴이 (북한에서) 미국과 캐나다, 호주 국민의 보호권한을 가진 국가로서 회담에선 스웨덴의 영사책임에도 관심을 뒀다”고 한 것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스웨덴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석방 때도 미국 정부를 대신해 북한 측과 협상을 벌인 전례가 있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은 김동철 목사와 평양과학기술대 김상덕(토니 김) 교수, 평양과학기술대에서 농장관리 일을 하던 김학송씨 등 3명이다. 김 목사는 간첩혐의가 적용돼 노동교화형 10년이 선고됐고, 나머지 두 사람은 반공화국 적대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영사 접견이 제한되는 등 수감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이들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지난 15일 조지프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받아들인 직후 주유엔 북한 측 관료들과 접촉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발표할 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북한이 적극 풀어야 할 사안이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억류된 미국인들을 석방,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들을 석방할 경우 신뢰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이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을 제재대상이 아닌 국제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대우해 달라는 뜻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정상국가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관측한다. 정상국가는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은 북한의 이런 의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하는 기회다.
김 위원장은 대북특사단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려 하고 있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핵·미사일뿐 아니라 인권 분야에서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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