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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자문특위)가 지난 13일, 개헌안 초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안은 2017년부터 2018년 1월까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산하 자문위원회(이하 개헌특위 자문위)가 작성한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보고서’를 상당 부분 토대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1월, 개헌특위 자문위가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보고서’를 발표하자 전국청소년관련학과교수협의회, 한국청소년활동학회, 한국청소년지도자연합회 등 청소년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논란의 요지는 이 보고서에서 아동, 어린이, 청소년을 아동으로 통일한다는 것. 개헌특위 자문위는 아동, 어린이, 청소년 등의 용어는 혼용하지 않는다며 이를 ‘아동’으로 통일하는 이유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아동 관련법은 보호와 복지적 시각으로 편성된 법 체계이고 청소년 관련법은 창의육성과 역량 증진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법 체계로 근본적 접근방향이 다르다. 아동은 수동적 입장에서의 대상이라는 성격이 강하고 청소년은 자치적이고 주체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 일반적 상식이기 때문이다.

개헌특위 자문위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들어 명칭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듯하나, 이는 국제법상 모델이 되는 포괄적 정의를 기계적으로 해석한 처사다. 실제 유엔은 보통 15~24세를 ‘청소년’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유엔 총회 및 유엔 세계실천프로그램(UN’s World program of Action for Youth)에서 청소년을 15~24세의 연령대로 규정하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즉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들어 청소년이라는 명칭을 작위적으로 ‘아동’으로 통일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정부 또한 올해부터 2022년까지 국가 청소년 정책의 근간이 될 ‘제6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에서 청소년 정책의 확대와 청소년 권리 증진 등을 위해 부처명을 현행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청소년가족부로 변경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현재 아동 정책은 보건복지부에서, 청소년 정책은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청소년 업무는 이제 복지부에서 다 맡으란 말인지, 공인 청소년지도사는 아동지도사라고 부르란 말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몇 년 전까지 방송에서는 ‘짜장면’을 ‘자장면’으로 부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었다. 대다수 국민들이 짜장면을 짜장면으로 부르는데 방송에서만 자장면으로 불렀던 것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청소년 활동, 보호, 복지 등 전문성을 갖추고 체계적 발전을 이룬 청소년 현장의 대중성을 문서상의 용어 변경으로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된다. 청소년 정책의 확산과 전문화된 청소년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에 이게 왠 소리인가.

<이영일 |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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