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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 국방부가 지난 주말 서울에서 안보협의회(SCM)를 열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논의한 끝에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할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안 승인을 유보했다. 국방부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양국군이 미래사 창설안 승인을 장담한 것과 다른 결과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당국자의 말을 빌려 “미국이 전작권을 포기할 뜻이 없다”며 전작권 환수 문제가 양국 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양측이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전작권 환수가 또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49차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 공식 기자회견에서 악수한 뒤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반도 상황은 전작권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긴장의 출발점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인 것이 사실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트럼프가 ‘북한 파괴’를 공언하며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일어난다”고 남 말 하듯 해도 한국 정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다 못해 미 상·하원 의원 60여명이 트럼프의 대북 선제공격을 봉쇄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한 시민단체는 대통령의 전쟁을 막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반도 평화를 주도하려면 전작권을 조기 환수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한국인의 운명을 남의 정부에 맡기는 것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동북아 군비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전작권 환수는 서둘러야 한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종전의 안보 위협 수준을 넘어섰다. 자주국방은 단순히 명분이 아니라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된 것이다.

문민정부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이 후보 때 전작권 환수를 공약하고도 집권하면 환수를 미뤘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보수세력은 전작권 환수 추진을 미국과 갈등하는 의제로 몰아가며 제동을 걸었다. 자주적 안보역량을 갖춘 후 전작권을 되가져오자는 말이 일견 현실적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현실론이 의지 부족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자부하면서 유독 전작권 환수에서만 소극적인 것은 비정상이다. 전작권 환수에는 능력과 함께 의지도 중요하다. 조기 환수를 당면 목표로 정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론이 나올 때마다 전전긍긍해야 하는 상황을 한국민들의 자존심이 더 이상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도 알아야 한다. 정부와 군은 적극적인 자세와 효율적인 준비로 전작권 환수 시기를 최대한 당겨야 한다. 북한 핵 문제가 초래하는 평화의 위기는 전작권 환수를 늦출 이유가 아니라 하루빨리 앞당겨야 할 이유를 웅변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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