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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회동하려다 무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사람이 올림픽 개회식 다음날인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날 계획이었지만 회담 두 시간 전 북한이 취소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했지만, 백악관 부통령실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펜스-김여정 회담이 불발된 것은 대단히 아쉽다.

(출처: 청와대사진기자단)

궁금한 대목은 북한이 왜 약속을 갑자기 취소했는가 하는 점이다. 펜스 부통령은 천안함기념관 방문과 탈북자 면담 등 반북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미리부터 예고해왔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북한이 회담을 추진했다가 취소한 것이어서 궁금증이 증폭된다. 미국 측은 회담 불발에 대해 펜스가 김여정을 만난 자리에서도 반북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을 예상해 북한이 만나기를 꺼렸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는 평창 올림픽 리셉션과 개회식이 열린 9일 펜스가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이 더 큰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 펜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는 것을 꺼려 리셉션에 불참했다. 뒤늦게 도착해 잠깐 리셉션장에 들어왔지만 김영남과는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 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북한 대표단의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이들을 철저히 무시했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펜스와 대화해봐야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위야 어찌됐건 펜스-김여정 회담 불발은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기가 그만큼 만만치 않음을 일깨워준다. 정부와 북한이 회동 불발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공개한 것도 뒷맛이 좋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확인한 것은 성과이고, 여전히 기회는 남아 있다. 어떻게 분위기를 조성할지가 관건이고, 양쪽을 중재해야 하는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는 물론 중요하지만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2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다. 정부는 내주쯤 고위급 당국자를 미국에 파견해 한·미 간 조율에 나선다. 평창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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