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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가 어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형사 고발키로 했다. 지난달 말 애플의 신종 스마트폰인 아이폰6 개통 과정에 법이 정한 상한선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통사들의 과잉 경쟁 탓에 78만원짜리 단말기가 10만원에 유통되는 이른바 ‘아이폰 대란’이 일어났다. 불법 보조금 문제로 이통사 임원이 검찰에 고발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최고경영자(CEO)도 (형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통위의 형사 고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다. 단통법 시행 후 첫 위반 사례라는 점에서 ‘본때’를 보이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방통위 조사 결과 ‘아이폰 대란’ 와중에 개통된 1000여건 중 절반인 540여건에서 불법 보조금이 지급됐다. 아이폰 고객을 유치하느라 법에 정해진 30만원 외에 최대 55만원의 보조금을 더 쓴 것으로 파악됐다. 법 취지를 벗어난 이통사들의 불법 보조금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나름 평가할 수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위반 행위 제재방안을 의결하고 있다. _ 방통위 제공 (출처 : 경향DB)


하지만 ‘약발’이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이다. 불법 보조금은 고객 유치를 위한 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이다. 해당 임원이 고발당했다고 하루아침에 보조금 경쟁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더구나 이통사가 주범이라고 할 뿐 누가 법을 위반했는지 특정도 안된 상태다. 검찰에 “무조건 처벌해 달라”고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설사 법 위반 사실이 밝혀져도 3억원 이하의 벌금이 고작이다. 불법 보조금 탓에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온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껌 값’이다. 방통위가 “내 할 일 다했다”고 할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단통법 시행 후 두 달여가 됐지만 ‘호갱’(호구 고객) 논란은 여전하다. 문제의 핵심은 불법 보조금이 아니라 소비자 혜택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고객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줬다고 이통사를 고발한 것은 단통법의 한계이자 일종의 아이러니다. 정부는 법이 시행되면 단말기와 휴대전화 요금이 내릴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국민들의 체감지수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시장 안정화라는 명분 아래 시행되고 있는 이동전화 시장의 규제 장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당국이 규제를 통해 ‘갑’ 행세를 할수록 시장경쟁을 통한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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